일기

리라쿠마와 카오루

나경sam 2023. 2. 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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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안개가 뿌연게 그거 조금 끼었다고 차들이 움직이는게 둔해 다른 날보다 15분은

더 걸려서 학교에 도착했다.

눈만 조금 쌓여도, 안개만 끼어도 이런데 지진은 어떻겠냐고

언젠가 가봐야지, 알록달록한 색깔의 열기구만 봐도 마음이 두둥실 하던 그 나라가

전쟁난것처럼 돼버려서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있는 것 조차 미안해질때가 있다.


방학이 되니 시차적응이 안돼 퇴근하고 돌아오면 푹 꺼진 소파에 냉동실에서 꺼내

후라이팬에 녹인 인절미처럼 눌러붙어 있었다.

 

마흔 다섯 이후로 새벽에 잠을 푹 자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애들이 새벽 연습을 하고 새벽에 데리러 가야 되는 생활을 해서 그랬고

쉰들어서는 갱년기 수면장애로 잠을 못잤다.

잠 못자는 여자 치고는 피부에서 꿀이 뚝뚝 떨어져 짜면 한방울 나올것같은

꿀피부지만, 내 돈으로 비싼 화장품 사본적이 없고 화장품은 닥치고 처바르자 주의라서

굴러다니는거 있으면 바르고 없으면 패쓰, 그게 피부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일본에서 어학원다닐때도 오십먹은 아줌마가 학교에 새로 입학해서 중국애들한테 밀리지않고

잘 다니는걸 기특해하는게 아니라,

야마구치 선생: 고상은 피부가 어쩜 이렇게 좋은가요? 김치때문인가

나: 미안하지만, 저는 한국사람치고는 김치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말을 가끔 들었고 같은 대답을 해줬는데 김치와 아무 상관없는 오야유즈리 (부모로부터 대물림) 또는 이덴(유전)이라고 말해주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굴을 가까이대고 말하던 아마구치 선생님은 같은 선생님들도 살짝 두려워하는 카리스마 선생이었는데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하면 입냄새가 쩔었다.

마스크도 안쓰고 다니던 2018년이라 선생님이 내 피부 좋다고 얼굴을 가까이대고 말씀하실 때

나는 괴로웠지만 잠시 숨을 참으면 될 일, 하지만 그땐 괴로웠어요. 야마구치쎈세

그래도 보고싶다. 

 

피곤하고 지칠때 보면 좋은 영화가 리락쿠마와 카오루상이다.

애니도 아닌게 저런식의 그림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특이한듯 평범한 삼십대 직장인 카오루상이 리락쿠마 둘과 병아리 한 마리랑 낡은 아파트에서 사는 이야기가

1편을 보기 시작하면 13편 끝을 봐야 끝난다. 내가 그랬다.

 

의식은 있으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누른 인절미의 상태로 리락쿠마와 카오루 1부터 13까지 끝내고

빨래를 널고, 빨래를 건조기에 돌리고, 설겆이를 하고, 제주도에서 돌아온 둘째와 근황토크를 했더니

인절미에서 사람으로 환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