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서 더 없는 사진

알고보면 얼리 어답터가 바로 나다.
early (일찍) adoption (채택)
새로운 제품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접하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얼리 어답터로
영어의 신조어인데
내가 얼리 어답터인 이유는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관심분야에서 남보다 앞서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소비자라서
얼리 어답터의 성향이 있는 것 같다.
스물 다섯 넘어서는 워드 프로세서를 썼다.
그때 그걸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같으니
그때부터 얼리 어답터였던것 같고
촌 동네에서 국민학교 1학년 때 혼자만 망토를 입었으니
판초같이 생긴 삼각 망토를 엄마가 입혀줬으니
패션에서도 얼리였었네.
지금은 세탁기와 셋트로 건조기가 필수가전이지만
삼성전자 모니터링을 할 때
가전으로 건조기가 출시되긴 전
건조기를 받아서 쓰면서 배송부터 모니터링을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과제를 냈었다.
아줌마 닷컴이라는 싸이트에서 모니터를 모집해서
삼성전자 가전 모니터링을 했었고
모니터링이 끝나고 과제물이 좋은 사람들을 선정해서
자기들이 모니터링했던 건조기를 삼성에서 줬는데
모니터링을 했다고 다 받았던 건 아니고
소수만 줬었는데 내가 받았었다.
애는 셋에, 연년생이 한 셋트, 세탁기 두 대로
빨래를 돌려가면서 집 안에 빨랫줄을 달고 살던
흥부네 집이었을 때라 건조기 모니터링 과제가
일주일에 한 번 씩 난이도 높게 나와도
나는 어렵지가 않았었다.
내 생활이 곧 건조기와 함께 였으니
건조기가 돌아가는 동안 전기량까지 계산해서
전깃세의 예측까지 해서 제출했기 때문에
고 3때를 이후로 멈춘 나의 수학 실력이
그 때 잠깐 발전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학력고사용 수학은 발전이 없었으나
생존 수학은 레벨업이 저절로 되는 실사구시형 인간이다.
건조기 사용량과 전깃세에 관한 과제를 제출했을 때
계량기에 매미처럼 붙어서 눈금 돌아가는 거 눈 빠지게 보고
수학으로 풀어서 과제 제출했을 때
함께 모니터링을 했던 아줌마 그룹 중 한명은
감탄을 했었는데 생존수학 만렙을 찍었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집 옥상 창고에서
고장 한 번없이 잘 돌아가는 건조기 덕을
해가 갈수록 고맙게 보고 있으니
섭섭이는 안정을 추구하는 콘크리트형 인간이고
나는 변화를 추구하는 호기심 인간이라
둘이 맞을 지도 모른다.
돈이 있으면 빚부터 갚자는 섭섭이와
빚갚을 돈으로 투자를 하자는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그렇게 맞춰가면서 어제도 살았고 앞으로도 살 것이다.
사진 인화기 셀피 910도 쓴 지 꽤 오래 된 물건이다.
핸드폰에는 많으나 실물로는 카메라가 귀했을 때보다
사진이 없을것이다.
십 년 조금 안되게 쓰고 있는 셀피 910으로
주말에는 밀렸던 사진을 찾고
돌봄교실 애들 사진도 찾아서
다이소에서 액자를 사다가 사진을 넣어서
선물로 주려고 만들었다.

바깥놀이 후 아이들 사진을 찍어서
남편과 함께 액자에 사진을 끼워가면서
얘가 땡땡이야, 말 안듣는다고 했던-.-
사진으로 보니 말썽꾸러기는 하나도 안보이고
전혀 다른 얼굴로 보이니 어쩔꺼여,
호기심이 많아
얼리어답터인 나로 인해
섭섭이는 힘들때도 있겠지만
오늘 2반 애들은
즐거울 것이다.
오늘이 추억이 되기를 바라면서
주말에 액자를 만들어왔으니
오늘 보람있는 이유는 그거 하나로도 됐다.